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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어떤 역사를 원하는가 1. 역사적인 사실을 깨부순 히틀러의 죽음은 자살이다. 이에 여러 음모론과 미스터리는 무성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전쟁과 폭력의 주도자의 죽음을 역사의 심판을 받은 최후가 아닌, 스스로 택한 죽음으로 기억한다.   영화는 과감히 역사적인 사실을 거절한다. 히틀러를 영화관에 가둔 채 폭발시켜 버리고, 기관총으로 무자비하게 쏘아 죽인다. 이성적인 복수 방법은 악한 사람이 법과 윤리에 근거한 처벌을 받는 것이다. 더하여 자기 행동에 죄책감을 품으며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기를 바란다.   개인의 복수가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령 악한 자가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잠시일 뿐이고 개인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악한 자에게 품은 복수는, 다른 곳에서 보란 듯이 피어나는 다른 악에 의해 다시 무너진다. .. 2024. 6. 4.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지렁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꿈틀거림 1. 회사가 감추고 있는 비밀  회사가 감추는 비밀. 그 비밀을 드러내려고 한다. 비밀을 퍼뜨리려는 그 당돌한 주체는 누구인가. 고졸 출신의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커피 타는 것이 장기인 여성들이다. 실무 능력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을 텐데도, 그들은 커피 심부름, 자질구레한 업무를 도맡아 한다. 그들은 저렴한 인건비와 성실한 노동, 더군다나 고분고분하다. 회사의 공기는 탁하고, 그들의 복장은 마치 신분을 나눈 것 같이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남자직원은 정장을, 여자직원은 똑같은 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다. 마치 언제 어디서라도 자질구레한 일을 시킬 수 있다면, 바로 불러서 사용할 수 있다는 듯이.   회사의 비리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려는 주체가 단지 여성이어서 이 영화에 끌린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2024. 6. 4.
레이디 버드, 내가 지은 나의 진짜 이름 1. 나는 "레이디 버드" 부모님이 지어준 내 이름 말고, 내가 지은 이름으로 살고 싶다. 나의 이름은 애초에 내가 정한 게 아니니까. 나도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일상에서만이라도 레이디 버드라고 불러달라는 게 뭐가 어때서. 평범한 건 싫고, 나도 내 가족도 전부 평범에 못 미치는 것 같다.   레이디 버드가 사는 동네가 새크라멘토가 아닌 다른 동네였다면, 그렇게 가고 싶었던 명문 대학이 있는 도시였다면 레이디 버드는 어땠을까. 아마 그곳도 그에게는 새장과 같았을 것이다. 청춘에게 가족과 친구, 집안, 연애, 공부 그 모든 건 자유를 억압하게 만드는 새장이니까. 더 멀리, 더 나은 것을 보고 싶지만 어떤 것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우선, 철도 옆에 살고 있는 것부터가 마음에 .. 2024. 6. 3.
첨밀밀, 이분법적인 것들의 교차와 갈등 1.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인연 중국과 홍콩, 돈과 사랑, 추억과 미래, 사랑과 우정. 이분법적인 것들이 교차하고, 갈등을 만들어 낸다. 경계선에 있는 그들은 불안한 현실에 서로에게 의지한다. 사랑은 아니다. 우정은 더더욱 아니다. 운명이 서로를 끌어낸다.   이요는 불안정한 현실에서 안정적이고 따뜻한 눈빛의 소군에게 끌린다. 소군은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요에게 자극을 받으며 그에게 끌린다. 나에게서 볼 수 없는 한 부분을 보게 된 이들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나간다. 그들이 홍콩에 오게 된 목적은 꿈 때문이었다. 소군은 중국에 있는 약혼자와 경제적인 번영을 이끌던 홍콩에서 같이 살기 위해 돈을 번다. 이요는 자신이 번 돈으로 집을 사고 싶다는 꿈이 있다.   현실이 버겁기에, 미래는 더욱 아득해 보인다... 2024.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