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가 감추고 있는 비밀
회사가 감추는 비밀. 그 비밀을 드러내려고 한다. 비밀을 퍼뜨리려는 그 당돌한 주체는 누구인가. 고졸 출신의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커피 타는 것이 장기인 여성들이다. 실무 능력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을 텐데도, 그들은 커피 심부름, 자질구레한 업무를 도맡아 한다. 그들은 저렴한 인건비와 성실한 노동, 더군다나 고분고분하다. 회사의 공기는 탁하고, 그들의 복장은 마치 신분을 나눈 것 같이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남자직원은 정장을, 여자직원은 똑같은 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다. 마치 언제 어디서라도 자질구레한 일을 시킬 수 있다면, 바로 불러서 사용할 수 있다는 듯이.
회사의 비리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려는 주체가 단지 여성이어서 이 영화에 끌린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회사에 가장 말단에 있는 그 누구도 존재의 의미를 되물어보지 않는 말단직원이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중대한 업무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기에 더 큰 문제를 볼 수 있었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2. 꿈틀거리는 지렁이
내부고발은 치명적이다. 말단 직원에게는 더욱. 꼬리를 자르기가 더 쉬운 법이니까. 목줄이 걸린 쪽은 오히려 말단 직원인 주인공들이었다. 생계와 미래가 걸린 일이었다. 하지만, 내부고발을 하면 안되는 이유 개인적인 이유 수백 가지보다 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내가 속해 있는 회사라는 공동체가 유람선은 아닐지라도, 해적선은 안될 일이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해적들이 자행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도와주는 셈이 되는 거니까.
그래서 결성된 것은 다름 아닌 영어토익반이었다. 자기계발을 구실 삼아 사람들을 한 데 모아, 고군분투를 한다. 밟힌 지렁이가 꿈틀거려서, 무슨 큰일이 일어나나 싶겠지만, 큰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해적선에서 해적들을 내쫓아 버리면 될 일이 아닌가.
회사에서 묵시한 공장의 검은 폐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시름시름 앓던 병과 죽음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되자, 더 이상 외면은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확실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 진실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이 일을 해결한다고 부와 명예, 영광을 한꺼번에 받게 될 일은 없다. 있더라도, 금방 지나갈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 사실을 아니까. 그 과정을 관객인 나도 지켜보고 있기에 더욱 응원하게 되었다.
3. 우리의 이야기
시작은 그저 오지랖이었지만, 사건을 캐나갈수록 깨닫게 된다. 이것은 곧 나의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너의 일이기도 하고,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갈등이 발생된 이유는 구질구질했고,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은 통쾌했다. 현실에서는 이런 통쾌한 일은 잘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나 보다.
디테일은 악마의 손에 달렸듯이, 우아하고 조용하게 내부고발자들을 없애는 것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기도 해서, 속 시원한 결말이 더 와닿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우리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은 힘과 권력이 아니라 개인의 작은 노력을 모아 거대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이 설득력이 있었다. 그저 정의와 권력에 대한 반항을 가볍게 표현하고자 하지 않아서 좋았다. 당신이 얕잡아보는 나는 그저 지렁이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을, 영화로나마 해소할 수 있어서 그 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