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0 인사이드 아웃 2, 나의 사춘기에게 1. 나의 사춘기는 나의 사춘기의 감정은 잔잔했다.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없다 싶었고, 이상하리만치 조용히 지나갔다. 그 시기는 허공에 떠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현실감각이 없었고, 꿈도 없었다.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그저 나 자신을 이해해 주기만을 바랐다. 이기적이었고, 마음속에 자기 자신만이 가득한 시기였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 다지만, 간절히 바라는 것도 없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느슨한 듯 이어졌다. 멍했고, 가끔 슬펐고, 자주 귀찮았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기엔 친구들과 다른 내 취향이 왠지 창피했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기엔 역시나 친구들과 의견이 갈라질까 봐 눈치가 보였다. 그렇게 있는 힘껏 잡아당겨 탄력을 잃은 용수철처럼 학창 시절은 지나갔다. .. 2024. 7. 7. 미드나잇 인 파리, 경험하지 않은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것 1. 우연히 만난 그리운 시대 자신이 살아본 적 없는 시대를 그리워하는 주인공 길. 그는 1920년대의 파리를 그리워한다. 예술적 영감이 폭발했던 그 시대를. 그는 혼자서 파리의 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히 나타난 차에 올라탄다. 길은 자신이 꿈꾸었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풍경을 마주한다. 존경해 마지않는 작가와 예술가들을 만난다. 그들은 길을 환영한다. 현실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어쩌면 정서와 감정이 잘 통하는 것 같다. 길은 시대를 잘못 태어난 걸까. 자신의 작품과 예술관에 대해 파티에서 만난 예술가들은 사뭇 진지하다. 현실적인 문제들은 파티 속에서 다 흐려진다. 문제는 그의 약혼자 이네즈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일이지만서도, 섭섭하다. 소설가에 대한 꿈에 지분이 있는 과거 속의 그들의.. 2024. 6. 26. 언어의 정원, 말이 아닌 마음으로 전할 수 있는 것 1. 비 오는 날, 도심 정원에서 비가 오는 날, 다카오는 정원으로 간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고, 이런 날은 학교로 곧장 가지 않는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어느 공간에서는 희미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니까. 소년이 좋아하는 일은 구두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도심의 정원에는 직장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있다. 다른 직장인들이 출근하느라 바쁠 시간에 한가하게 정원이라니.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구구절절 늘어놓지는 않는다. 아마 본인만의 사정이 있겠지.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이들은 긴말이 오가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애써 의식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다. 비 오는 날 정원에서 만나는 일은 무언의 약속이 되었다. 2. .. 2024. 6. 24.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어떤 기억은 해명되지도 못한 채 사라지기에 1. 어린아이인 채로 몸만 자라난 어른 말이 없는 남자, 폴. 그는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은 기억을 마음에 상처로 남긴 채 살아간다. 폴의 꿈은 자신이 유아차에 타고 있고, 부모님은 자신과 함께 어디론가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버지는 내내 말하지 않았다가, 자신을 쳐다보는 순간 잠에서 깬다. 악몽이다. 어머니는 다정하지만, 아버지는 무서워 보인다. 그를 돌보는 건 두 이모다. 이모가 운영하는 댄스 교습소에서 폴은 기계처럼 피아노를 친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인생에 남은 것이라고는 이모와 피아노뿐인데, 이마저도 자기 뜻대로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이것밖에 없어 체념한 것일까. 폴은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우연한 계기로 아래층에 사.. 2024. 6. 19.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