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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케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by easyant 2024.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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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케어>

1. 다른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속도감 있는 전개, 배경음악, 캐릭터 설정, 갈등이 심화되는 방식이 매력적이었다. 은퇴한 노인들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하는 기업에 대한 소재는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기에,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말라의 동기가 이해되지 않아 설득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인간의 욕망에 불을 붙이고, 아름다운 노력의 결실로 포장하는 식의 지극히 미국적인 해석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영화 '더 울프 오브 워스트리트'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막대한 부를 거느리지만, 그 가속도만큼 타락의 속도도 가파른 점까지 전부. 

 그래서, '그 여자는 행복했다고?'라고 질문을 던지려는 순간, 영화의 초반에 나왔던 요양원에 어머니를 보낸 한 남성이 등장한다. 총을 든 채로.


2. 누군가의 불안이 돈이 된다면

 그렇다. 말라의 거창하고 위대한 죽음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초라하고, 외롭게 죽기를 나 또한 바라고 있었다. 체력과 정신력이 시간의 힘에 힘을 잃었을 뿐, 노인들은 남은 생애를 도움받고 싶었을 뿐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니까. 그녀가 돌보는 수많은 노인의 죽음에 비하면, 이런 죽음은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결말에 대해 속이 시원했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그저 다른 사람을 이용한 한 사람만 사라졌을 뿐, 이와 같은 범죄는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테니까. 돌봄이라는 선의의 마음을 브랜드화시켜서, 노인들에게 부를 갈취하는 일들은 그녀가 죽어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개운하지 않았다.

 은퇴자들의 유산은 어쩌면 수십 년 동안 고생하면서, 가족들을 부양하면서 자기를 희생하면서 얻은 보상일 것이다. 한평생을 일만 바라보며 살아가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절약하고 아끼면서 재산을 모아 왔을 것이다. 그들이 모아 온 유산으로 받고자 하는 것은 거창한 것은 아닐 테다. 가족들이 자신의 희생에 대해 공감해 주는 것, 자신을 돌보아줄 누군가. 취약한 관계의 선을 넘어, 호의를 얻고, 유산을 빼앗아 가는 과정이 사회가 만든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영화는 생존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서 이루어지는 범죄의 최후를 보여준다. 최소한 이러한 범죄의 끝이 무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영화 <퍼펙트 케어>

3. 자신은 노인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오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궁금증은 하나였다. 그래서 '저 여자는 본인이 노인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였다. 본인도 노인이 되면, 저런 취급과 대우를 받을 것임은 분명했다. 그것은 그녀가 만들어온 일종의 사회규약이니까.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 나가고, 수익이 생긴다는 사례가 있다면 말라 또한 나이가 들어 똑같은 먹잇감이 될지도 모르는 신세가 아닌가. 그 또한 새로운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범죄가 우아하고, 세련되어지고 있다. 법이라는 테두리는 피해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닌 오히려 범죄자들이 더 확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신호등이 되는 것 같다. 그들이 빠져나가는 방식은 법이 진화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고 민첩하기까지 하다.

 악은 너무나 빠르게 퍼지고 만다. 노인에게서 지혜와 경험이 아닌, 재산을 축적한 창고로 보는 사회가 이러한 범죄의 가속도를 붙여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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