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한 순간만 영원하기를 바란 것은 아닐지라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용어 중 '루프'라는 단어가 있다. 종료를 위한 조건이 성립되기까지 반복 시행되는 명령을 말한다. 주인공이 특정한 사건이나 시간을 계속 경험하게 되는 장르는 타임 루프라 칭한다. 사람들은 흔히 그렇게들 말한다. 이 행복한 오늘이 영원하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란다. 인간의 생에는 한정적이기에, 영원은 약속할 수 없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가볍게 맹세한다. 이 영화에는 오늘만 살아가는 남자와 그와 함께 오늘을 살아가게 된 여자가 있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오늘이 함께여서 다행이었고, 즐거웠고, 행복했던 그들이었다. 어느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나일스가 살아가는 반복되는 하루에 세라 역시 들어가게 된다. 원인도 이유도, 무한루프 속에서 탈출하는 방법도 모른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오늘이 내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짜릿하기만 하다. 엉켜버린 인연도, 잠깐의 실수도, 누군가에게 하지 못한 말도 하루 동안 다 해치울 수 있다. 영원에 갇혀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일을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후련함을 가지고 난 다음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시간 속에서 어쩌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이 기회에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후회할 것 같은 일들은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분야일 것이다. 도전하지 않아서, 기회나 능력이 없어서, 주저해서 놓쳐버린 것들도 후회에 속한다. 후회는 사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지만, 나 혼자만 기억하는 나의 후회들은 과연 나를 어디로 이끌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행복한 하루가 반복된다면, 그 하루는 더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하루 속에서 빈틈을 찾아내 불길한 점을 기어코 찾아내려 할 것이다. 불행한 하루였다면, 그 하루는 나로 인해 다시 쓰일 수 있다. 영원회귀 속에서 완전한 행복과 완전한 불행은 없다. 그저 하루와 또 다른 하루일 뿐이다.
2. 내가 원하는 하루를 살 수 있다면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오늘을 반복하면서, 후회할 것 같은 일들을 저지르고 다음에 반복되는 오늘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는 점이 영원을 살아가는 다른 이야기들과는 사뭇 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타임 루프를 반복하는 다른 인물들이 있다. 로이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하루를 소중히 여기려 한다.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와 나일스를 해치려는 마음 또한 사그라들었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그의 아이들은 영원히 아이일 것이고, 영원히 사고뭉치일 것이다. 시간이 미래로 흘러가는 동안에, 자신은 늙어가고 아이들 역시 성인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그가 내린 선택은 바로 가족이다. 불행이라 생각했던 하루가 그에게는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어제와 같을 것이라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았다. 나의 하루가 타임 루프로 인해 반복된다면, 나는 어떤 후회하지 않을 하루를 살고 있을지 질문을 남기게 되었다. 결국엔 누구나 똑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고 싶던 하루를 산다면, 그 이후에는 똑같을 것이다. 반복될 것이고, 삶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끝이라 생각해도 어김없이 오늘이 또 찾아온다면 그 시간에 미소를 짓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3. 지독한 하루를 겨우 벗어나기 위해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지 궁금해진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 살아가던 그들은, 후회와 죄책감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에 비해 나은 점이 있을까. 세라는 탈출 계획을 세운다. 시간과 공간에 관한 공부를 하며, 흘러가는 일상에 있었다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들을 탐구하고 질문한다. 이 하루들 속에서 마지막이라는 열쇠가 필요하다. 그 열쇠로 문을 열면, 어떠한 모습의 세상이 나타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또한 희망의 증거이다. 어떠한 모습의 세상이더라도, 수없이 많은 오늘의 경험들로 인해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