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한 이유
샘은 자신이 막내이기 때문에, 먼저 떠나게 될 가족을 생각하며 외로움에 적응하고자 한다. 이른바 외로움 적응 훈련이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소년은 해변의 모래사장에 자신의 키보다 깊게 모래를 파냈고, 그 안에 누워있다. 마치 무덤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하다. 한 여름날 휴양지에서 생각하는 죽음이라니.
샘은 형과 아빠와 함께 논다. 형은 샘이 들어가 있었던 그 구덩이에 빠져 다리가 부러진다. 동네에 있는 병원보다, 더 큰 병원에 가야 한다. 그러던 와중에, 샘은 테스를 만난다. 처음 본 그 아이는 샘에게 춤을 권한다. 엉뚱하다. 난데없이 살사댄스라니 말이다. 샘은 거기에 남아서 처음 본 아이와 춤을 춘다.
샘의 외로움 적응 훈련은 제법 체계적이다. 요일마다 오롯이 혼자 있을 시간을 계획한다. 잠을 자거나, 쉬는 시간은 제외한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운동을 해서 근육이 만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로움도 단련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소년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바다를 마주 보며 모래사장에, 작은 요새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샘이 만들어 놓은 요새를 저 위에서 바라본 모습은 달에 착륙한 아폴로선과도 같다. 외롭지만, 스스로 개척해 낸 새로운 영역이다.
테스는 숙소에서 여행자 커플을 맞이한다. 당첨되었으니, 이곳으로 오라는 편지를 받고 온 여행자도 독특하다. 그리고, 테스는 무언가 조금 어색하다. 엄마의 일을 도와야하는 일이 아니었던가. 테스는 남자와 악수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멀리 도망간다.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샘은 자신보다 엉뚱한 아이 테스에게 묘한 거리감을 가진다.
2. 떠나기 전 하고 싶었던 말은
외로움 적응 훈련을 하면서 셈은 가족들과 거리가 점점 생긴다. 장차 미래에 올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현재 추억을 포기한다.
테스가 샘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기 출생의 비밀이었다. 테스의 엄마는 테스에게 테스의 아버지와 관련된 사실들을 숨겼다. 테스는 엄마 여행 노트에서 찾아낸 단서로 여행자들을 초대했다. 이상한 사람일까 두려운 마음에 일단 초대부터 한 것이었다. 테스는 저 사람이 나의 아버지라면, 악수했을 때 찌릿한 전기와 같은 것을 기대했었을 것이다.
어느 날, 아이들은 여행자들과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와중에 남자의 손목에 상처가 난다. 나무를 깎아 물건을 만드는 게임을 하다가 그만 베어버린 것이다. 샘과 테스는 병원에서 일하는 테스의 엄마와 남자가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그 이후에 축제에서 커플을 만나게 된 샘과 테스는 남자로부터 자신에게는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듣는다. 테스는 멀리 도망간다. 샘도 아빠에게 붙잡혀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들끼리 휴가를 왔지만, 샘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샘은 자신의 요새가 있는 곳으로 가서,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낸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놀다가, 갯벌에 발목이 빠져버린다. 언젠가 자신이 혼자 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마지막은 생각도 못 했다. 외딴곳에 살던 한 할아버지가 샘을 구해준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이 필요하다고. 행복한 시간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내라고.
외로움 적응 훈련은 어쩌면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 더 큰 외로움이 사로잡을 것이다. 언젠가 혼자 남게 될 미래에 필요한 것은, 미리 연습했던 외로움의 근육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었다. 행복했던 기억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더 행복하기 위해서 행복한 기억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삶을 견디기 위해 행복한 기억은 필요하다.
여행자들은 이 장소를 떠나려고 한다. 샘은 언덕을 넘고 달려서, 차를 가로막는다. 샘은 말한다. 테스가 당신의 딸이라고, 남자는 그럴 리 없다고 하지만, 심증은 확실해진다. 자신도 모르는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테스를 만나고자 한다. 남자와 테스, 그리고 테스의 엄마가 만난다. 테스의 표정이 미묘하다. 샘을 원망하는 걸까, 샘은 괜한 짓을 한 걸까.
여행의 마지막 날, 샘의 가족들은 식탁에 모여 이야기한다. 샘이 없었던 사소한 추억들에 대해서. 테스는 샘을 파티에 초대한다.
3.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여름
잊지 못할 여름이다. 샘은 테스와 보낸 여름이 싫지 않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소중한 추억들이 기대된다. 테스를 통해 자신에게 자신도 모르는 아빠가 있고,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 받는 사랑을 똑같이 기대할 수 있을까.
여름의 열기로 인해 사람의 온기는 미지근하게 느껴진다. 사람과의 거리는 붙어있기보다 떨어져 있게 된다. 하지만, 거리가 생길수록 그사이에 부는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진다. 가까이했을 때는 몰랐던 것을 새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언젠가는 외로움에 적응해야 한다. 혼자 있는 것을 연습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이 무더운 날씨에도 사람의 온기가 닿아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