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잡하고, 어려운 연결고리의 이유.
많은 인물과 복잡한 관계와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들의 역사로 시작된 이 영화는 물음표로 시작되어, 신기하게도 속으로 품고 있던 질문들을 하나씩 설명해 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영화 안에서 인물과 세계관의 복잡한 연결고리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보게 되었다.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일수록, 영화의 전달 방식과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목적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자각해야 한다.'는 말을 전달해 주기 위함이었다. 생명이 없는 존재로 태어나, 우주의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한 행성의 지적인 존재를 파괴해야 한다.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왜 하필 지구여야 했을까. 그들은 왜 인간들 사이에 발생한 전쟁과 폭력의 역사에 개입하지 않았을까. 왜 그들은 그 수천 년의 긴 시간 동안 지구에 있었을까. 설명이 필요하다. 관객들에게 질문만 남기고,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관객들의 소외감뿐이다. 설득과 납득의 과정은 길고, 지난했다. 재밌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아마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가볍게 다가오지 않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2. 지금까지 알고 있던 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성향의 캐릭터들은 이상하기보다는 인간적이었다. 그들은 창조주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지만, 단일화된 모습과 성격이 아니어서 더 인간성을 느끼게 되었다. 주인공이 영웅인 경우,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는 순간은 어떤 한 부분이 나와 닮음을 발견할 때가 아닐까 싶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원망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인간다워서 정을 느꼈다.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죽음과 거리가 먼 존재이면서, 인간들의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주는 신화 속의 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주의 신이 내린 명령에 가장 먼저 의문을 제기한 존재는 드루이그였다. 현재 드루이그는 숲 속에서 인간들을 조종하며, 서서히 멸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그들의 신과 다를 바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드루이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독단적이지만, 다른 존재들과 싸우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서 본인의 선택을 결정했다. 이카리스의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그에게 내려진 명령에 성실하게 복종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독일의 나치의 군부하에 있었던 사람들 대다수는, 악한 사람이 아니라 그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인간들이었다. 이카리스가 무서웠던 이유는 그가 가진 힘 때문이었다.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의심하지 않는 존재인 그는 가장 빠르게 팀을 분열시켰다. 드루이그와 이카리스의 차이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인간을 사랑하는 존재인 세르시는, 에이셀의 뒤를 잇는다. 아리솀과 통하여, 팀의 존재 이유와 임무의 의미를 알게 된다. 마치 니체의 메시지 같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할 것인지, 진실을 안 채로 불행할 것인지 양자택일의 갈래에 선 순간에 말이다. 이 존재들은 셀레스티얼의 탄생 이후에 그들의 기억은 지워진 채로 다른 행성에 보내질 것이다. 세르시와 이카리스의 사랑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을 사랑하여, 그들과 함께한 세르시 그리고 주어진 임무를 위해 인간의 멸망을 받아들이는 이카리스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인간을 사랑하며, 동시에 인간을 멸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3. 존재 이유, 살아가야하는 이유.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럼에도, 그런데도.' 인간의 역사는 공감과 연대, 사랑으로 발전했다. 폭력과 파괴, 비이성적인 것들이 초래하는 멸망의 길은 뚜렷하고 분명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빠른 속도로 향하고 있는 길이 멸망의 길은 아닌지 숙고해봐야 할 때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체념하지 않는 존재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아직 살 만하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이터널스는 코로나 시기에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질문에, 질문을 던졌다. 좋은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 어렵지만 즐겁다. 당연한 것들, 정답이라 정해진 것들에 대한 질문은 유치한 것이 아니다. 나는 과연 그러한 것들에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나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