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고 없이 시작되었고, 예고 없이 끝나버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 목표가 없는 삶은 무가치한 삶인가. 목표를 성취하지 못한 삶은 가치가 없는 삶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목표를 설정하기 전에 우리는 이렇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꿈과 목표가 나의 것이 되어버리면, 효율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치 게임에서처럼 각 레벨마다 정해진 목표물을 해치워 나가듯이 말이다. 나는 게임 안의 캐릭터가 되어, 정해진 경로대로 갖가지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으면서 점차 레벨을 높여나간다. 나의 꿈과 목표가 생긴다면, 게임의 판은 내가 주도하는 것이 된다. 어쩌면 남들처럼 빠른 속도와 경험치, 능력치를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조는 꿈에서만 그리던 재즈 클럽에서 연주를 맡기로 한 당일, 사고를 당해 다른 세상으로 떨어진다. 예고 없이 시작된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어떤 언질도 없이 가장 행복한 시기에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탄생 이전의 세상은 가능성의 세상이다. 마치 죽음의 반대말이 가능성이라는 듯이 말이다. 어떤 일에 관심을 보이게 되면, 지구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탄생 이전의 세상에서는 개인마다 고유한 관심사가 있다는 가정하여, 그것을 부여하고 제안한다. 태어난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지만,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자석같이 이끌리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인생의 본 의미인 것만 같다.
2. 목표가 나 자신이 되기 위한 것이라면,
조는 꿈꾸던 무대에 오른 뒤 음악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인생 자체 안에 재즈가 있음을 깨닫는다. 즉,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재즈하다'는 것이 내가 원하는 무대에 오르고,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으로 국한된 것이 아닌,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임을 보여준다. 22호를 가르치려 했던, 링컨이나 간다, 테레사 수녀와 같은 유명한 인물들은 모두 22호를 지구로 보내는 것에 실패한다. 스파크가 없었기 때문이다. 22호는 조와 지구에 가게 되고, 그 이후 22호는 지구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멘토들은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삶의 목적을 알려주기 위해 가르친다. 하지만, 22호는 그 어떤 명언과 조언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지 못했다. 영혼들의 세계에서는 고통도, 외로움도, 피로감도 없다. 이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면서도 지구로 갈만한 이유는 바로, 지구 그 자체에서 알 수 있었다. 내가 발을 땅에 디디고 걷는 걸음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그 모든 것들에서 살아갈 이유를 22호는 찾았다. 제리는 '스파크'가 인생의 목표가 아닌, 살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그것이 직업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고, 예상치 못했던 어떤 것에서 찾을 수도 있는 것일 뿐이다. 고통과 외로움, 번뇌가 없는 탄생 이전의 세계는 오직 희망과 가능성만이 있다. 모든 존재가 누릴 수 있고, 모든 존재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선택은 수많은 갈등과 고통, 사건들 사이에서 출렁거리고 휘청거린다. 꽃길은 잠시뿐이고, 온통 존재의 이유에 대한 고통은 한참이다. 살고자 하는 이유로 인해, 나의 일생은 장작이 된다. 나 자신이 불이 된다면, 즉 살아가는 이유가 스스로 살기 위함이라면, 그 이유만으로도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3. 훌륭한 인생이란 건,
영혼의 세계는 괴로움과 고통이 없는 세상이니, 모든 고통과 외로움, 갈등은 모두 지구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인생은 자발적인 의도로 시작되지는 않았어도, 살아가는 건 나의 의도대로 살아갈 수 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못했던, 살아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나이기에,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살아간다는 건,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22호는 아마 훌륭한 위인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질문과 냉소를 머금고 긍정을 향해 한 발 앞으로 디디는 그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니체가 말하는 차라투스트라는 모든 이들이 되고자 하는 이상향이지만, 모든 이들은 이상향에 몰두하여 나 자신이 되는 것에 소홀해질 수 있다. 훌륭한 사람은 그 업적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해 진실로 숙고해 볼 수 있는 그 누군가이다. 영화는 다른 사람이 되려고 고통스러운 것보다, 나 자신이 되어 살아가는 점이 낫다고 알려주는 듯하다. 재즈는 수 백가지의 리듬과 화성 규칙들이 있지만, 연주에서는 규칙과 질서가 아닌 자유스러움이 느껴지듯이, 인생 또한 그러하기를 바란다. 장면 하나하나가 찌릿찌릿하고, 의식하지 못했던 내면의 철학을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설득되었다. 이 간단하고 명료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여기에 투자했을지 생각하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