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어난 그대로 살고 싶을 뿐
남자의 몸에 태어난 여자아이 사샤가 있다. 사샤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여자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아이처럼 살고 싶은데, 사람들은 자신을 남자아이로 대한다. 정체성을 숨기기도, 당당하게 드러내기도 힘들다. 전자는 스스로가 힘이 들고, 후자는 사샤의 가족들의 마음이 힘들다. 사샤의 엄마는 임신했을 때 여자아이를 원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아이가 이렇게 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상담사도, 영화를 보고 있는 나도, 똑같은 말을 했다. 당신의 탓이 아니다. 그 아이는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이걸 잘못이라 부를 수도 없다. 사회적으로 사샤는 남자아이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대우에 사샤는 소외감을 느낀다. 비단 선생님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사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어른인 선생님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아이들은 사샤에게 마찬가지로 소외감을 준다. 사샤의 가족들은 사샤의 성적인 불쾌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사샤는 여자아이지만, 남자로 태어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남자로 태어난 것은 사샤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인정한다. 사샤의 엄마는 학교에 사샤의 진단서를 제출하고, 여자아이로 대우해 달라고 말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사샤는 드디어 머리를 길러 머리를 묶고 치마를 입고 학교에 간다. 사샤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샤가 사샤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계속 싸워야 하는 것이냐는 말이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는 내가 스스로를 찾고 그대로 표현하도록 방관하지 않는다. 개입하려 하고, 사회에 맞추려 한다. 사회가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내가 먼저 나 자신이 되어야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엄마는 사샤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한다. 가족들 또한 사샤가 불행하지 않으려 사회에 적응하기보다,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샤사의 정체성을 위해 싸울 것이다.
2.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남자아이의 모습
이 아이만의 일일까 질문을 던진다. 사샤가 겪은 고통은 이제 시작일지도, 일부일지도 모른다. 모른다는 의미는, 선입견과 차별에 대한 생각의 뿌리가 그만큼 깊다는 의미도 있다. 성별이라는 선택지에 단 두 가지 답안지만 존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구분을 짓는 순간, 차별은 시작된다. 분류에 따라 특성이 정해지고, 그 특성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 나의 존재는 스스로 존재함으로써 가치를 다한 것인데, 나의 정체성을 증명해야 설득이 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이 사라졌는가에 대한 질문이 적용된다. 한 인간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고, 기관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고, 종교로부터 납득이 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증명과 설득, 납득의 과정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답변은 아직 할 수 없다. 설득이 필요한 대상들은 정형화된 틀로 그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마음이 복잡했다. 영화의 내용을 보다가, 내 생각이 많아져서 집중이 흐려진 순간이 많았다. 사샤의 눈빛에서 성소수자가 받았던 차별과 멸시의 눈빛으로부터 겪은 고통을 보았고, 더 이상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고통을 겪게 하지 않으려 싸우는 희망을 보았다. 사샤는 성장 중이다. 부디 남자와 여자로만 나누어진 세상이 아닌 세상을 바란다. 나의 몸이 내가 생각하는 정체성과 다르더라도, 고통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꿈꿔본다.
3. 여자아이가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
사샤는 자신이 학교에서 아이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은 사샤를 차별해야 하는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저 선생님과 부모님의 시선대로 사샤를 바라보고 대할 뿐이다. 이 아이들이 자라나 어른이 된다면, 그때 어떤 사고방식으로 사샤와 같은 사람들을 대할 것인지 궁금하다. 다양한 성정체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더 다양한 희망의 가능성을 보았으면 좋겠다. 나와 다르더라도, 나는 당신을 배척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 믿음이 개인을 공동체로 불러들이고, 더 공고한 관심과 배려를 통해 더 나은 사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